미즈시마는 그녀의 말을 막는 것에 필사적이었다. 그녀의 입에서 이 이상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릴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두 남녀는 지금 오랜 시간 막아놓았던 감정의 강이 금방이라도 터져 사방으로 넘쳐버리기 직전, 그 긴장감 위에 마주해있었다. 가늘게 새어 나오는 숨이 입김 되어 날아가기를 몇차례. 답답하게 조여오는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미즈시마가 카페를 핑계 삼아 먼저 몸을 돌렸다.
“나 유럽에 갈 것 같아. 어제 리츠군이 다니는 학교로부터 입학 허가 연락이 왔어.”
등 뒤에서 담담하게 울리는 코히나타의 말에 근처 카페를 향해 걷던 미즈시마의 발걸음이 멈췄다. 예상했던 대답이었지만 막상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몸을 돌리거나 한 발짝 더 움직여버리면 지금 올라오고 있는 감정이 눈물로 나와버릴 것 같았다. 미즈시마는 어금니를 꾸욱 물었다.
“꼭 유럽에 가야해? 나랑 같이 남미 유랑하면서 자유롭게 음악하고 싶다 했었잖아.”
그 말에 묻어있던 떨림은 안타까운 감정을 싣고 코히나타에게 향했다. 그녀는 하얗게 질려가는 얼굴을 좌우로 저으며 미즈시마와의 거리를 좁혔다. 코히나타의 발이 그에게 가까워질 때마다 얼은 눈 밟히는 소리가 뽀득뽀득하며 둘 사이에 울렸다.
“나, 아라타군을 좋아하는 마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그럼……”
등을 감싸듯 천천히 전해지는 온기, 감촉 모두 미즈시마에게 가장 익숙한 코히나타의 것이었다. 집착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모를 감정들이 얽힌 얼음덩어리 같은 마음에 그녀의 온기가 닿자 ‘가지마’ 라는 말까지는 차마 잇지 못했다. 그 뒤로 울컥하며 올라오는 눈물은 고갤 들어 겨우 삼켜냈다.
“그럼, 다녀와.”
“고마워.”
‘가지마’를 ‘다녀와’로 말할 만큼의 용기가 그에게 조금 더 남아있었다면 그녀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해줄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지금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점에서 미즈시마는 스스의 미성숙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스무살도 예전에 지났는데 아직 애같네.”
코히나타는 아니라는 말 대신 그의 등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저었다.
“꼭 다시 만나는 거야.”
“응.”
“그땐 악기 잔뜩 들고 같이 여행 다니자.”
“그래. 노래도 부르고 어디든 발 닿는 곳 전부 가자.”
“기다릴게.”
“고마워. 아라타.”
그렇게 끊어진 대화 속에서 서로가 모르게 짓던 눈물은 다시 한번 재회의 약속을 하는 듯 했다.
미즈시마 아라타
코히나타 카나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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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커플 연성을 빙자한 커플브레이킹 연성!!!!........은 아닙니다 ㅠㅠ 저도 요즘 아라히나가 너무 좋아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