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까지는 아니지만 내용이 좀 어두운 편입니다. :D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뜨고 말았다,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백발이 이제 막 희끗한 중년 남자는 아직 약기운에 취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으..으으 흐거어어..."
남자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했으나 생각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아내와 어린 딸은 살아 돌아온 가장의 모습을 기쁘게 반기지 못하고 오히려 복잡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일주일만에 깨어난 남편인데 다행이라는 말 한마디 없구만. 어쩜 저리 매정해."
"어허. 입 조심해. 들을라."
건너편 침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몇 환자들이 남자의 가족을 보며 각자 한 마디씩 던졌다.
"못난 인간아. 차라리 그냥 그대로 죽지. 왜 병신으로 다시 살아나서는! 당신이 이렇게 안해도 이미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빚더미 위인데 어쩌라는거야. 정말."
아내는 답답한 마음에 세탁거리가 든 바구니를 들고 딸과 함께 병실을 나갔다.
왜 다시 눈을 떴을까. 아내의 말대로 정말 그대로 죽었다면 좋은 결말일 것을. 남자가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팔과 다리에 반응이 없었다.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다시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 주어진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움직일 수 없어도 다 들리기는 한가보네. 마누라한테 욕먹었다고 저렇게 우는걸 보면."
"그러니까 다 들린다니까 자꾸 입을 놀려."
-눈을 떴다로 시작하는 글쓰기. 끝.